이기적 유전자를 보고 벼르다가 드디어 "만들어진 신"을 사서 보았다.
책이 제법 두툽한 탓에 대략 6시간 정도 걸린 것 같은데, 한 번에 주욱 술술 읽혔다.
주요 논점은 사이비 과학인 '창조과학'에 대한 비판, 도덕과 종교의 관계, 종교의 폐해 등에 대해서 논했다.
평상시 나의 논지는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라는 강경한 쪽이기에 전반적인 주장 자체에는 동감이었다.
다만, 그 논거와 설득력이 '이기적 유전자'보다는 좀 약했다는 느낌이었다.
그건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는데, 우선 나의 사상적 배경에는 불교철학이 들어있다는 거다.
특히 선종(禪宗)에서는 '깨달음을 위한 수행'중에 일어나는 온갖 망상을 배제하고 오로지 궁구(窮究)할 것을 강조하면서 "스승을 만나면, 스승을 베고,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베어라!"라고 가르치는 종교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깨달음'이고, 그것은 남이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이루어내는 인식의 거대한 전환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서양 유일신 신앙(유대교, 카톨릭, 이슬람)을 배경으로 성장한 서양 독자들과 다르게 되려 '만들어진 신'이 상대적으로 온건하게 느껴졌다.
그렇기에 한국에서는 '만들어진 신'이라는 책이 그다지 논쟁이 안되는 것일 터다.
한국의 종교토양이 그들과 다르기에.
아무튼 나도 신은 만들어졌다는 점에 대해 동의한다.
신은 인간의 발명품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종교란 죽음을 두려워한 비겁자들이 만들어낸 자위용 변명이다.
그리고 그 근원에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의식이 눈을 뜬 순간부터, 타인의 죽음을 보며 자신의 죽음을 생각했을 것이고, 그것을 두려워하며 그 너머를 궁금해 했을 것이다.
나는 그것이 종교를 탄생시킨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신은 없고, 인간의 사유만 존재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