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유사 김유신 조에 재매부인에 관한 일화가 나온다.
정확히는 '김씨 종 재매부인(金氏 宗 財買夫人)'이라고 표현된다. 그래서 대부분 김유신의 부인이라고 본다.

그럼 김유신의 부인은 누구일까?

먼저 화랑세기에 따르면 첫째 정실부인은 하종의 딸 영모다. 김유신이 화랑이 되던 젊은 시절에 맞이한 부인이라고 되어 있다.
그리고 삼국사기에는 김춘추의 셋째 딸 지소가 부인으로 기록되어 있다.
(김유신이 환갑이 되던 때에 맞이한 지조와 동일 인물이라고 본다.)

화랑세기가 나오기 전에는 이 두 아내 중, 주로 지소부인을 재매부인으로 보았다.


이 밖에 후대의 기록인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김유신 종녀 재매부인(金庾信宗女 財買夫人)'이라고 기록되어 있어, 김유신 가문의 여식 중 한명이라고 보기도 한다.


이에 대해 나는 화랑세기와 관련하여 조금 다른 해석을 해보고자 한다.

전제 1.
우선 종녀라는 뜻은 일반명사로 '왕실의 여자'를 뜻한다.
사전에도 그렇게 나와 있고, 화랑세기 곳곳에서도 종녀라는 단어는 왕실의 여자라는 뜻으로 나온다.
이는 두가지로 해석이 되는데, 좁은 의미로는 왕실 출신의 여자라는 뜻으로 쓰이며,
좀 더 넓게 보면 왕실에 소속된 여자라는 의미도 된다.

전제2.
화랑세기에서 여성을 가리킬 때, 종(宗)이라는 단어는 좀 다르게 쓰인 경우가 있다.

즉, 대원신통과 진골정통 각각에 '종'이 있다고 표현된다.
이는 인통에 속한 여자로서, 왕과 결혼해 태자를 낳았거나 왕의 어머니가 된 사람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즉, 선대 왕의 부인이면서 현왕의 어머니인 사람을 '종'이라 불렀던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진평왕 시대에 진골정통의 종은 만호태후에서 마야황후로 이어졌다고 보이며,
대원신통의 종은 사도태후(진흥왕의 부인)에서 지도태후(진지왕의 부인)로 이어졌다고 보인다.

성골집단이 왕을 중심으로 하는 혈연집단이듯, 인통집단도 역시 왕비를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혈연집단인 것이다.

이 두가지 전제에서 추론해 볼때, 재매부인의 정체는 다름아닌 김유신의 동생이며
김춘추의 부인인 '문명부인 문희'이 아닐까 생각한다. 거기에는 3가지 근거가 있다.

근거1.
일단 김유신 가문 출신으로 최초로 왕비이자 태후가 되었다는 것에서 '종녀'라는 표현에 부합한다.
물론 종실 출신 여자라는 좁은 의미의 정의로 본다고 해도, 외할머니가 만호태후이므로
'종실의 여자'라는 정의에 낄 자격은 있다고 보인다.

근거2.
또한 문희의 어머니는 만명이며, 외할머니는 진골정통의 '종'이었던 만호태후다.
그리고 문희는 왕(김춘추)과 결혼하였고, 그 아들(김법민) 또한 왕이 되었다.
따라서 문희는 충분히 진골정통의 '종'이라 부를만한 자격이 있다.
(그 시대에는 성골의 시대가 끝났고, 이미 인통의 구분이 무의미해졌지만 말이다.)

근거3.
재매부인의 '재매(財買)'라는 호칭도 의미심장하다.
좀 비약이 섞인 추측이지만, '재물로 꿈을 샀다(以財買夢)'는 표현에서 따왔다고 볼 수도 있다.
문희는 언니 보희에게서 비단 치마를 주고 꿈을 사서 춘추와 인연이 맺어졌다는 것은 유명한 이야기니까 말이다.

(비슷하게 이름이 붙은 예로, 화랑출신으로 조부의 영이 되어 나라의 재물을 관장했던 염장의 저택 이름인 '수망택'이 있다. 화랑세기에 따르면 '금이 들어가는 것이 물이 넘쳐 흐르는 것을 바라보는 것 같다(其金入望如洪水也)'는 것 같아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결론 : 재매부인은 김유신의 동생이자 김춘추의 아내인 문명부인 '문희'일 수도 있다.

뭐, 내가 봐도 좀 비약이 있지만, 어차피 정답은 없는 문제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중요한 수수께끼도 아니다.
그냥 사서를 뒤적이다가 호기심에 머리를 굴려본 결과다.
읽는 분도 가볍게 받아들였으면 한다.

Posted by 티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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