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0여년이 넘게 한 게임을 하고 있는데, 이 게임은 전 세계의 많은 국가에서 서비스를 되고 있다.
그런데 유독 한국에 '골팟'이라는 문화가 성행하고 있다. 다름아니고 아이템을 즉석에서 게임내 화폐인 '골드'로 경매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이것만 보면 좋은거 아니냐고 할 수 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이건 일종의 '유사 현질'인데, 소수의 '선수'들이 후발주자들인 '손님' 혹은 '사장'을 대상으로 골드를 받는 대신 아이템을 파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발주자들은 대체로 정상적인 게임플레이로는 좋은 아이템을 사기 위한 골드를 확보할 수 없기 때문에 현금을 주고 게임내 골드를 사게 된다.
그리고 그런 골드를 공급하는 사람들 역시 정상적인 플레이로는 골드를 확보할 수 없기 때문에 해킹을 하거나 '핵'이라 불리는 불법프로그램을 돌려서 게임내 골드를 획득하는데, 이는 게임 내 인플레이션을 조장해서 진입장벽을 높이고 게임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악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게임사에서는 이런 불법적인 골드-현금거래를 근절하기 위해 '토큰'이라는 걸 내놓았다. 합법적으로 돈으로 골드를 살수 있게 하는 상품이다. 그러나 공급에 비해 수요가 많다보니 토큰 가격은 꽤 비싸고, 이로 인해 아직도 핵을 통해 골드를 얻는 '작업장'과 불법적인 골드-현금거래가 성행하고 있다.
이걸 보면서 문득 '시스템'이 개선되면 한국사회가 보다 나은 사회가 될거라는 관측은 너무 낙관적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게임의 경우 전 세계에 서비스되는 게임으로 게임 중에서는 가장 합리적인 보상체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한국적 게임문화'는 편법을 써서라도 남들보다 쉽고 빠르게 강해지겠다는 삐뚤어진 욕망이 도사리고 있었고, 이것이 한국 서버에 존재하는 '골팟'으로 표출되고 있었다.
게다가 이 게임의 문제만 아니고, 한국에서 유행하는 대부분의 모바일 게임은 대놓고 '현질'을 조장하는 방식을 가지고 있다. 즉, 돈 쓴만큼 강해지도록 설계되어 있다. 거기에는 공정한 경쟁은 존재하지 않는다. 외부요인인 '현금'만이 우위를 결정한다. 그리고 그런 노골적인 게임들이 한국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게임문화를 보면, 한국사회는 일반인들조차도 잘 만들어진 시스템이 제공하는 공정한 룰에 따라 공정한 경쟁을 하면서 재미를 느끼고 성취를 즐기기보다는, 남들보다 우위를 차지하는 것에만 목적을 두고 이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문화가 팽배해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재미를 위한 게임에서조차 이런데, 자신의 생업이 달려있는 현실에서는 이보다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시스템이 바뀐다고 해도 별로 변하는 것이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문제의 원인은 우리가 외면하고 보지 않으려하는 그 것에 있기 때문이고.....